10년 마크업하던 사람이 개발로 방향을 튼 이유
퍼블리셔로 10년. 화면을 잘 만들었지만 늘 "그다음"에서 남에게 넘겨야 했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기 시작한 지금이, 오히려 그 경계를 넘기 가장 좋은 때라고 느낀 이야기.
이 블로그의 모든 글은 결국 한 문장에서 출발해요.
저는 10년 차 웹 퍼블리셔였고, 지금은 개발자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왜 굳이, 지금.
퍼블리셔의 일은 화면을 만드는 거예요.
HTML로 구조를 잡고, CSS로 결을 입히고, 접근성과 크로스브라우징을 챙기고.
오래, 그리고 꽤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늘 같은 지점에서 멈췄어요.
이 버튼을 누르면 데이터가 어디로 가나요.
거기서부터는 제 일이 아니었어요.
상태를 관리하고, API를 붙이고, 배포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넘겼죠.
화면은 제가 만들었는데, 그 화면이 살아 움직이는 부분은 늘 남의 손에 있었어요.
답답했다기보다 아깝다는 느낌에 가까웠어요.
사용자가 뭘 불편해할지, 어떤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 화면을 그리며 제일 많이 고민한 건 저인데, 정작 그걸 끝까지 구현하는 자리엔 없었으니까요.
몇 년 전이라면 “이제라도 개발 공부해야지”는 큰 결심이었을 거예요.
문법을 처음부터, 알고리즘을, 자료구조를.
넘어야 할 벽이 높았죠.
그런데 지금은 AI가 코드를 대신 짜줘요.
이게 판을 바꿨어요.
실제로 이 블로그도, 디자인 시스템도, 날씨앱도 AI 에이전트와 함께 만들었어요.
“그럼 개발자는 필요 없는 거 아냐?”
싶은데, 써보니 정반대였어요.
AI가 짜준 코드가 맞는지 틀린지 판단하는 눈이 더 중요해졌거든요.
그리고 그 눈은 — 어, 제가 퍼블리셔로 10년 길러온 거였어요.
이 마크업이 접근성에 맞나, 이 레이아웃이 이 상황에서 깨지나.
늘 판단해왔으니까요.
예전엔 “짜는 능력”이 진입 장벽이었는데, 지금은 AI가 그걸 상당 부분 낮춰줬어요.
대신 읽고 검증하고 방향을 잡는 능력이 중요해졌고, 그건 퍼블리셔가 원래 하던 일이고요.
그래서 저에겐 지금이 경계를 넘기 가장 좋은 때예요.
화면만 만들다 멈추던 그 지점을, 이제 끝까지 밀고 가볼 도구가 생긴 거죠.
물론 매일 막혀요.
상태 설계에서 꼬이고, 클로저에 데이고, 백엔드 용어 앞에서 멈춰요.
그 과정을 숨기지 않고 배우는 중으로 남기는 게 이 블로그고요.
누가 “왜 이제 와서?”라고 물으면 답은 하나예요.
화면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서.
그리고 지금이, 그게 처음으로 가능해 보이는 때라서.
댓글